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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원의 미학
작성자 변○○ 작성일 2006-08-23
조회 776
200원의 미학


살다보니 어쩌다 택시를 운전하게 됐다.
벌써 운전한지가 두 달이 다 돼 가다 보니 이제 영업용 택시의 생리를 조금 이해 할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손님의 입장에서 내가 전에 느낀 기분 그대로 손님을 모시고자 한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혹시나 손님의 기분을 상하게는 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와 그리고 분위기 파악 언행 조심 등을 하면서 어느 곳 어느 골목이던 가는 목적지까지 편히 모시도록 항상 노력하고자 다짐한다. 손님의 지시에 따라 “좌회전 요” “저기 가서 우회전요” “그리고 횡단보도 건너서 바로 우회전해서 좀 세워 주세요.” 네 알았습니다. 무슨 골목인지도 모르고 손님 요구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으며 때로는 골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우왕좌왕 애먹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택시 운전자의 책무요 또한 영업행위인 것을 깊이 명심하고 철저히 배우고 있다.
손님마다 성격과 기분이 다르듯이 항상 가는 목적지까지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지 손님으로부터 물어야 하고 그래야 혹시나 길이 막힌다거나 조금 둘러 갈지언정 요금문제에 이설이 없다. 택시 운전을 하면서 내가 일찍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보는 눈이 더욱 넓어졌고 우리 삶의 일상에서 저마다 얼굴표정을 보면 읽을 수 있듯이 그것이 바로 내면의 모습인양 대화가 필요 없는 분, 언제든지 대화를 받아 줄 자세로 밝은 표정을 한 분, 혹시나 내가 손해 볼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경계의 시선을 늦추지 않은 분, 모든 것은 운전기사한테 맡기고 편안한 맘으로 목적지까지 태워주기만을 바라는 모습 등 가지각색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집배원은 주소를 가지고 찾지만 택시기사들은 간판과 건물이름 하나로 찾아야 하는 한마디로 서울 김 서방네 집을 찾는 격이다. 그래서 초보자는 가히 어려움을 겪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택시 초보자의 길이라 하겠다. 닉스가요. 지엔아이가요 스타가요. 통뼈가요. 뼈대 있는 집 가요 무슨 약국가요.황금 주전자 가요. 그런데 잘 모르겠는데요? 아니 그것도 몰라요? 택시하시는 분이 그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해요. 하지만 울산광역시에 그 간판을 어떻게 다 찾는단 말인가. 그래도 무슨 동쯤은 말해야 하는데 동마저 빼버리고 간판만 말하는 손님이 부지기수라는 사실에 한마디로 번지 없는 주막을 찾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이 목적지를 찾는 일부터 손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야 함은 기본과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침 6시에 나와 밤 9시까지 손님이 있는 날이면 피곤을 잊고 하루 15시간 운전에도 항상 즐거운 맘으로 사납금을 채우고 가스 넣고 점심 사먹고 겨우 3만원 집에 가져갈 수 있다는 보람으로 언제 하루가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어느듯 벌써 밤이 무려 익어가고 거리마다 네온의 불빛이 시야를 어지럽힌다. 오직 먹이 찾아 헤매는 야생의 맹수처럼 택시의 바쁜 흐름은 쉼이 없다.

선배 운전기사들의 요령을 조금씩 익혀가면서 때로는 버스터미널에서 역에서 공항에서 병원에서 꼬리에 꼬리를 달고 내 차례가 돌아 올 때까지 10분이고 30분이고 한없이 기다리기도 한다. 밤이 깊을수록 취객손님이 유일한 고객인데 때로는 일탈행위에 하루 일을 망가뜨리는 순간도 경험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것은 뭐 술 먹은 손님이 그럴 수 있느니 하지만 이것보다 몇 배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몇 십분 기다린 끝에 겨우 태운 손님이 기본요금 지역을 가면서 요 골목 저 골목을 요구하면서 잔돈 200원 마저 받아가는 그 당당함에 더 힘이 빠진다. 일전에 밤이 무려 익어 갈쯤 30분을 기다린 끝에 고속버스에서 내린 조금은 있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내 차에 타게 됐다, 반가운 맘에서 “어서 오십시오.” 어디로 모실까요? “달동 현대아파트가요.” 네 알았습니다. 속은 실망감으로 가득 찼지만 가지 않을 수 없었다. 30분을 기다렸는데... 차는 힘없이 빠져 나가기 시작하고 “저기 가서 우회전해서 조금 가서 또 좌회전 해 주세요, 그리고 쭉 가서 정문에서 102동 쪽으로 들어가 주세요.” 네 알았습니다. 만원권 지폐 한 장을 건넨다. 먼저 거스름돈 8000원을 주고 나머지 동전 200원 마저 받고 사라진다. “안녕히 가십시오.” 사라지는 뒷모습에 1800원의 그 당당함과 인생의 초라함이 같이 보이기 시작한다.
“철저한 계산은 밝은 사회를 만든다.” 너무나 좋은 문구가 내 마음을 뒤 흔든다. 밤은 깊어 가고 아직도 내 일당을 채우기는 멀었는데 자꾸 이런 손님만 만나면 어쩌지. 뭐 하루 운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쓰린 가슴을 달랜다.

또 한번 잊지 못할 손님이 생각난다. 동구 일산동에서 남목 동부아파트에 가는 30대 후반 여성 손님을 태웠다. 요금이 3600원이 나왔는데 4천원을 건네준다. 400원 거스름돈을 주니 안받는다고 했다. 아니 왜 안받아요? 했더니 웃으면서 우리 친구가 택시를 타고 동전 잔돈주면 절대 받지 말라고 해서 나도 안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마냥 웃음을 잃지 않는다. 정말 이런 경우도 있구나했다. 물론 그 분의 친구가 받지 않는 어떤 이유가 있는지는 몰라도 세상에 택시의 사정을 잘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에 참으로 큰 위안이 되었다. 또 이런 경우도 몇 번 있다.
보기에는 변변찮게 보이는 손님이 택시를 탔는데 목적지에 도착해서 메타기에 나오는 요금만 제대로 주면 천만다행이다 한 사람이 건네준 차비에 거스름돈 받기를 거절하고 그냥 가버리는 경우를 접할 때 마다 그 사람의 뒷모습이 왠지 아름다울 수밖에 없고 또 나 자신의 겸손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어 참으로 인생에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사실은 빈차로 다닐 때 손들어 태운 것은 기본요금도 감지덕지지만 몇 십분 기다린 끝에 겨우 태운 손님이 기본요금 지역이면서 요 골목 저 골목마다 뺑뺑 돌게 하고는 잔돈 200원마저 철저히 받아 가는 알뜰손님을 만날 때 솔직히 하루 힘이 쫙 빠지는 기분은 모든 택시 운전자들의 공통된 심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데 타는 손님은 이런 사정도 헤아리지 않고 손님으로서의 당당함을 과시할 때 은연중에 택시기사들의 불친절의 소지가 발생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아무튼 이런 경우를 이제야 깨달을 수 있다는 사실에 참 세상 구석구석을 다 배운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까지 외국인들을 몇 번 태운 적이 있는데 거스름돈으로 동전 자체를 받지 않는 경우를 경험할 수 있다. 물론 선진 유럽이나 미국 같은 데는 팁 문화가 생활화 됐기 때문인지 그 사람들이 항상 말하는 keep the change! (잔돈은 됐습니다.)가 과연 기사들의 어려움을 알아서 인지 아니면 단순 봉사료 조로 주는 것인지 아무튼 서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데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우리나라는 그런 팁 문화에 익숙하지 못하고 뭐든지 철저히 계산하는 것이 미덕인양 그런 관습적 사고가 나와 남이라는 관계보전을 두텁게 만드는 요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지금까지 택시기사들의 불신과 불친절로 인한 경계감으로 손님과의 관계증진이 어려웠고 그렇기 때문에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계산법으로 피해의식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자기를 보호하는 방법이란 것을 터득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기서 손님과 택시의 상호 안전의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손님은 택시를 잡을 때 곡각지점 또는 길 밖으로 나와 잡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참으로 위험한 행위이고 택시는 어쨌기나 한사람도 놓치지 않기 위해 길 가장자리에 급정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뒤 따라 오는 차에 위험을 줄뿐만 아니라 택시 자체도 위험을 초래하는 사태를 직면하게 된다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미리 손을 들어 사전에 운전자가 인지하고 서행 정지를 유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택시와 손님간의 상호 안전의식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어느 정도 택시에 대한 감이 오고 택시업계의 환경이 이토록 열악하고 고된 일인 줄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우리도 일본처럼 정년퇴직을 하고 60대의 무료한 일과를 택시로 인한 생활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을 인정하고는 싶지만 그 좁은 공간에서 하루 종일 일한다는 것은 무리가 뒤따를 수가 있다. 그리고 젊은 사람이 택시를 운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생활이 되지 않기 때문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직 많은 경험 부족에서 감히 느낌을 역설적으로 말하기에는 어불성설의 면도 있지만 초심에서 앞으로 손님과의 관계개선을 위하고 택시문화의 새로운 장을 마련하는데 조금이나마 서로 이해증진을 바라는 마음에서 두서없는 글을 적어본다. 아무쪼록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 운전자체가 때로는 육체적 정신적 한계점을 넘는 불친절의 소지를 낳을 수 있다는데 대하여 택시 제도개선은 물론이고 운전자나 손님 모두가 보다 인내와 배려의 마음이 요구된다 하겠다.


변 종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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