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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권○ | 작성일 | 2005-05-10 |
| 조회 | 8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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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아버지! 세상은 당신을 변하라고 한다
헛기침만으로도 위엄을 세우고, 돈을 못 벌어와도 무시당하지 않고 살던 아버지는 이제 없다. 아이에겐 친구처럼 잘 놀아주는 아빠여 야 하고, 아내에겐 양성평등한 남편이어야 하며, 직장에서는 잘리 지 않고 잘 버텨야 괜찮은 아버지란 소리를 듣는다. 이제 가장이란 부담과 권위의 갑옷은 벗고 가볍고 따스한 사랑의 옷으로 갈아입어 보자.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잔에는 눈물이 반이다. …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다’ -김현승의 시 ‘아버지의 마음’중에서 밤 11시. 김영수씨(50·자영업)는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운 몸으로 집에 들어선다. 아내는 드라마속 남자 주인공에게 푹 빠져 고개도 안 돌린 채 “왔수?”라고 건성으로 인사만 건넨다. 자기방에서 MP3 로 음악을 들으며 인터넷 채팅을 하느라 아버지가 귀가했는지도 모 르던 대학생 아들은 방문을 여니 고개만 까딱한다. 노랗게 물들인 머리에 한쪽 귀고리. “사내자식이 그게 뭐냐”는 말 이 어금니까지 차올랐지만 꾹 참는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고등학 생 딸이 학원에서 돌아온다. 그가 돌아왔을 땐 본 척도 않던 아내는 “아유, 고생했다. 배 고프지? 뭐 먹을 거 줄까” 하며 아이에게 달려 간다. 그제야 내일 막아야 할 어음 때문에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저녁도 못 먹은 게 기억난다. 딸 곁에서 한숟가락 뜨고 싶어도 “여태 밥도 안 먹고 뭐했냐”는 잔소리를 듣는 것이 귀찮아 쓰린 속으로 잠자리 에 든다. 잠이 올 리 없다. 내일 막아야 할 돈도 다 못 구했는데…. “밖에서 피말리는 전쟁을 치르고 집에 돌아오면 위안을 받고 싶지 요. 그런데 집에서는 마치 내가 ‘투명인간’ 같아요. 가족들 눈에 보 이지도 않는… 어쩌다 눈에 띄어도 왕따지요. 마누라와 자식 먹여 살리느라 하루종일 땀흘리는데 그걸 알아주기커녕 인사조차 못 받 으니… 불경기라 회사는 어렵고, 집에서도 웃을 일이 없고… 담배 나 한대 피우려고 베란다에 서 있으면 가끔 떨어져 죽고 싶다는 충 동을 느껴요.” “아버지 술잔엔 눈물이 반이다” 가정의 달 5월. CF에선 가족들이 사랑 가득한 표정으로 “아빠, 힘내 세요”라고 노래하고 어깨가 축 처진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는 안쓰 럽다는 듯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라며 남편의 손을 이끌지 만 정작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이면서도 제얼굴을 드러내 지 못하는 아버지. 2005년 봄, 대한민국 뉴스에 등장한 아버지 관련 기사를 보자. 남편 3명 중 1명은 아내에게 폭력을 당한다(여성부 통계자료), 남성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린다(여성은 5명 중 1명이다), 40대 남성의 자살률 이 여성의 4배(우울증은 여성이 남성의 10배가 넘는단다), 고교생 아들의 성적부진을 비관한 아버지, 온가족 동반자살(아들만 살아났 다)… 존경스럽기커녕 멀쩡한 아버지를 찾기도 힘들다. 텔레비전 드라마를 봐도 ‘전원일기’의 김회장처럼 당당하고 위엄있 는 아버지는 없다. 밥상에서도 마누리 눈치보느라 맛있는 반찬에는 젓가락도 못 대고(‘신입사원’), 생업전선에 나선 아내를 대신해 아이 키우고 살림하는(‘불량주부’) 등 무능하거나 푼수로 그려진다. 한 남 성심리학자는 “남성들은 후기 자본시대라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 다. 그것도 앞으로 내뻗은 한쪽 발은 바나나 껍질을 밟고 있다”고 했다. 내디딘 발에 힘을 주는 순간, 직장이건 가정이건 어이없이 미 끌어질 수밖에 없다. 40~50대 중년층인 아버지들. 헛기침만으로도 위엄을 세우고 돈을 못 벌어도 무시당하지 않고 바람을 피우고도 당당하게 아내에게 따 뜻한 밥을 얻어먹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들. ‘인내는 쓰다 그러 나 그 열매는 달다’며 열심히 공부했고 취직한 후엔 앞만 보고 달리 며 자랑스러운 가장이 되겠다고 사회의 온갖 수모를 참아온 그들에 게 돌아온 것은 영광의 트로피가 아니라 가족과 사회의 싸늘한 시선 뿐이다. 직장생활도 잘 버텨야 하고 가정에선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친구 같 은 아빠여야 하고 장보기도 함께 하고 설거지 정도는 기본으로 하 는 양성평등한 남편이어야 겨우 괜찮은 아빠란 소리를 듣는다. 물가 보다 더 높게 오른 것이 아버지에 대한 기대치인 것 같다. 한 성형외과의사는 요즘 10년 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운다. 예전 의 그는 정말 바빴다. 방학이나 명절 등 남들이 쉴 때 수술이 많아 가족들과 여행은커녕 휴가 한번 제대로 못 즐기면서도 병원 규모와 자신의 명성이 커가는 것에 보람을 느꼈던 그는 얼마전 중대한 결심 을 했다. 올초 동료의사가 뇌졸중으로 사망한 것에 충격을 받아 자신도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기로 한 것. 그래서 가족과 함께 열흘 정도 유럽여 행을 구상했다. 가족들을 깜짝 놀라게 할 생각에 혼자 여행지를 짜 고 호텔을 알아보고 티켓도 구입하고 소풍가기 전날 초등학생처럼 가슴이 부풀었다. 모처럼 온가족이 모인 저녁 식탁에서 그는 자랑스 럽게 비행기 티켓을 흔들었다. 박수갈채는 아니어도 기쁨에 겨운 표 정을 기대했던 그는 찬물을 뒤집어 쓴 듯한 충격을 받았다. 40대 남성 자살률 여성의 4배 “집사람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2년 전에 애들이랑 다녀와 또 가기 싫 다더군요. 둘째아들은 ‘그때는 중간고사기간인데 아빠는 나한테 너 무 관심이 없는 거 아니냐’고 오히려 짜증을 부리더군요. 큰아들은 가족여행은 재미없다며 친구들과 배낭여행 가게 그 티켓을 바꿔달 라고 느물거리고… 가족들에게 난 그저 돈버는 기계였나봐요. 아이 들에게 상냥하게 말을 걸어도 ‘갑자기 왜 이러나’하는 표정이에요. 이젠 가족들과 여유롭게 평화롭게 살고 싶은데 이렇게 타이밍이 안 맞으니… 홧김에 젊은여자랑 외국으로 도망가서 대접받고 살아볼 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회개하고 가정으로, 가족곁으로 돌아오려 해도 반기지도 않는다. 그 래도 IMF 무렵에는 견딜 만했다. 온나라가 나서서 고개숙인 아버 지, 불쌍한 아빠를 감싸고 위로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젠 그런 온정은 기대하기 힘들다. 사오정, 오륙도 등 조로화한 사회라 직장에서도 버티기 힘들다. 평 균수명은 자꾸 늘어 이제 유전자지도가 다 밝혀지고 줄기세포도 대 중화하면 100살은 너끈히 산다는데 앞으로 50~60년을 계속 왕따로 살아야 할까. 아버지란 직책에 비상등이 켜진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부장 문화가 사라지고 호주제까지 폐지를 앞두고 아버지들의 심리적 불 안감과 박탈감은 커진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노래를 부르며 아 이들에게 항상 성공을 강조하고 엄격함을 요구하던 아버지들은 흘 러간 유행가, 철지난 우스개 같은 존재다. 어머니들은 항상 온몸과 마음으로 아이들 곁에 있으면서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었지만 아버 지들은 밖에서 딴세상과 싸우느라 아이들과도 아내와도 학습 진도 가 너무 차이가 난다. 가정경영연구소 강학중소장은 “아이들은 친구 같은 아버지를 원하 는데 아버지는 여전히 슈퍼맨이고 싶은 것, 또 아버지들의 사추기 와 아이들의 사춘기가 맞부딪쳐 갈등이 일어난다”면서 “이제 과거 에 자신을 옭아맸던 가장이란 갑옷을 벗어 던지고 스스로 자유로운 인격체로 평화로워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아버지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져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병후씨는 이 시대에 ‘아버지의 추락’은 당연 한 일이라고 말한다. “남성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강한 수컷, 멋진 권력자로 보이고 싶 어해 자신의 약점을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도 노출시키지 않습니다. 직장에선 상사에게 무능하다고 야단맞아도 집에 오면 큰소리치는 왕이고 싶어하죠. 그동안 밖에서 먹이를 가져오는 일만 하다가 이 젠 들어와서 정서적 관계를 맺으려니 당혹스럽고 자신의 약점이 드 러날까봐 전전긍긍하는 겁니다. 미국 등 서양에서도 큰소리만 치는 권위형 가장은 아내와 아이들에 게 버림받고 몇차례나 이혼당하는 등 ‘수난’을 겪은 후에야 비로소 부드러워져 가정형 아버지가 등장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자신이 왜 소외당하는지, 왜 이혼을 요구받는지도 모르는 채 억울함을 호소 하는 남성이 많은데 이런 과정을 거쳐 변화할 겁니다. 앞으로는 여성성이 가미된 아버지 등 친구 같거나 엄마 같은 아버 지 등 다양한 아버지상이 등장하겠죠.” 그러나 배우도 아닌데 갑자 기 장군 역을 하던 아버지가 상냥한 친구로 변신할 수 있을까. 권위 로 굳게 걸어잠갔던 빗장을 풀고 여린 속내를 보여줄 수 있을까. 자 신의 약점 노출을 치명상으로 아는 아버지들에게 가족의 따스한 위 로가 치료제가 될까. 그러나 이제 스스로 변신을 하지 않으면 아버 지들은 뼈빠지게 일만 하다가, 혹은 안방에서 혼자 가장놀이를 하 다 더 외롭고 쓸쓸하게 죽어가야 한다. 다양한 아버지상 등장하는 시대 남성학자 정채기씨는 “엄격하고 완벽함을 보여주는 것보다 ‘와, 아 버지가 나보다 못하는 것도 있네’ 하고 느끼게 하는 것이 자녀관계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정한 스 킨십이고 공감대라는 것. 김병후씨는 “먼저 아이들과 손잡고 산책 을 하거나 그저 옆에 가만히 앉아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연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다”면서 “행복은 바로 곁 에 있는데 아버지들은 너무 멀리 있다고 보고 우회해 가느라 가기 도 전에 지친다”고 한다. 무엇보다 아버지들은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고 자신에게 상장을 줘야 한다. 40년 이상을 착한 아들, 훌륭한 아빠가 되기 위해 발버둥 쳤으면 이제는 더이상 가족이나 남의 눈치보지 말고 좀 쉬어도 된 다. 중년 돌연사 1위, 40대 남성자살률 1위의 대한민국에서 아직 죽 지 않고 버텨온 것. 가족을 버리거나 버림받지 않고 함께 살고 있다 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 마음껏 웃고, 실컷 울고, 때론 아주 유치한 모습을 보이면서 자유롭 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이땅의 아버지들이 건강하게 버티 는 방법이고 가족들에게 이해받고 사랑받는 비결 아닐까. ‘가장’이 란 부담과 권위의 갑옷은 벗고 이제 가볍고 따스한 사랑의 옷으로 갈아입자. 우리의 최대 목표는 진정한 양성평등과 가정의 행복입니다...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뜻을 같이할 분들을 원합니다.... 010-7566-19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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